최근 발표된 세 연구는 반도체의 개념을 전통적인 구조 밖으로 확장하는 서로 다른 경로를 제시한다. 논리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박테리아 군집 회로, 최근 입력을 유지하고 오래된 입력을 잊는 반강자성 소재 기반 소자, 반도체 특성과 매우 낮은 열전도성을 결합한 고엔트로피 산화물 소재가 그것이다. 이 결과들은 별도의 연구로 발표되었으며, Semiconductor Engineering이 2026년 8월 25일 소개했다.
논리 연산을 수행하는 박테리아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진은 Pantoea agglomerans 박테리아를 환경 모니터링 전용 회로에서 트랜지스터처럼 작동하도록 공학적으로 설계했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트랜지스터를 설계했다. 하나는 OC-6 분자에 의해 켜지고, 다른 하나는 같은 분자가 존재할 때 꺼진다. 두 경우 모두 트랜지스터는 표적 분자인 OC-12를 감지한 뒤 OHC-14라는 출력 분자를 생성한다.
연구진은 OHC-14 신호를 다른 트랜지스터로 전달할 수 있는 출력으로 변환하기 위해 세 가지 박테리아 균주를 사용했다. 박테리아 군집은 한천이 들어 있는 접시에 인쇄했으며, 신호가 가장 가까운 군집으로 이동한 뒤 한 방향으로 다음 군집으로 전달되도록 군집 사이에 약 5밀리미터의 간격을 두었다.
실험을 통해 다중 입력 논리 게이트, ‘OR’ 게이트 및 ‘함의’ 게이트를 구현했으며, 두 신호를 더하고 다중 신호를 처리하는 회로와 디멀티플렉서를 구축하기 위해 트랜지스터를 결합했다. 가장 큰 회로에는 박테리아 군집 24개가 포함되었다. 그러나 각 계산에는 약 8시간이 걸리며, 연구진은 이 시간이 기존 컴퓨터를 대체하기보다는 생물학적 응용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연구팀은 이 회로를 식물의 잎이나 뿌리에 적용해 환경 스트레스를 감지하고 이에 대응하는 데 활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계산 기능으로서의 망각
한국에서는 서울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 연구진이 반강자성 소재를 기반으로 한 반도체 소자를 개발했다. 이 소자는 최근 입력을 유지하고 오래된 정보를 자동으로 잊을 수 있다. 이 2단자 소자는 지르코늄 이산화물과 비정질 인듐-갈륨-아연 산화물(a-IGZO)을 결합한다.
a-IGZO의 조성을 개선한 결과 소자 상태의 변화가 제한적이어도 전류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으며, 약 890의 온·오프 비율을 달성했다. 또한 4비트 입력의 서로 다른 16개 조합을 구분했으며, 입력 데이터를 75% 줄인 상태에서 손글씨 숫자 인식 정확도 90.4%를 기록했다.
실제로 무엇이 달라지는가? 전압을 제거한 뒤 소재가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결함으로 보는 대신, 연구진은 이를 시계열 데이터 처리를 위한 ‘망각’ 메커니즘으로 활용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소자는 비선형 변환, 단기 기억 및 자연적 초기화를 하나의 구성 요소에 결합한다. 그러나 음성·생체·환경 신호를 위한 엣지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확대하기에 앞서 소자의 면적을 줄이고 어레이 수준에서 회로를 검증할 계획이다.
여러 원소를 혼합해 새로운 소재 만들기
카네기 멜런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연구진은 고엔트로피 혼합을 이용해 절연성 금속 산화물을 반도체로 전환했다. A₆WO₄ 소재는 망간, 철, 코발트, 니켈, 구리 및 아연을 텅스텐 산화물 골격에 도입해, 울프라마이트라고 알려진 하나의 결정 구조를 형성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소재는 반도체 전도와 매우 낮은 열전도성을 결합하며, 이 두 특성은 일반적으로 산화물에서 함께 구현하기 어렵다. 이 결과의 중요성은 화학적 무질서를 무작위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전자적 특성과 열적 특성을 동시에 조절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데 있다. 연구팀은 이것이 폐열을 전기로 변환하는 열전기 소자 소재의 가능성을 열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이러한 활용은 추가 개발이 필요한 연구 단계의 가능성에 머물러 있다.